벤쿠버 삼다, 삼무 오늘의 일기

내 고향 제주에는 '삼다'와 '삼무'가 있다. 돌, 바람, 여자가 많고. 거지, 도둑, 대문이 없다고 해서. 캐나다에 와서 보니 여기도 우리와는 다르지만 삼다와 삼무가 있었다. 내가 느낀 벤쿠버 삼다, 삼무.

삼다
1. 홈리스 : 일명 거지. 옆을 지나가기만 해도 정신이 번쩍 드는 꾸리꾸리한 냄새들을 마구 뿌리고 돌아다니는 이 분들. 정말 많다. 벤쿠버 날씨가 워낙 좋다보니 거지들은 벤쿠버 와서 홈리스 노릇 하는 게 소원이라는 이야기도 어디선가 들었는데 그 때문일까? 다운타운 지하철을 내려서 지상으로 올라오는 순간부터 "Spare change, please."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우리 가게에 붙박이로 오는 홈리스는 둘. 한 아저씨는 잘 웃고 늘 긍정적인 모드, 다른 아저씨는 맨날 찌푸리고 무게잡는 모드.

2. 배낭과 운동화 : 지하철을 타고 앞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발을 살펴보면 참 재미있다. 색깔도 모양도 가지가지인 운동화의 향연. 외국인들이 우리 나라에 오면 "왜 다들 구두를 차려신고 다니느냐?"고 한번쯤 질문한다는데 정말 그 질문이 이해가 간다. 가끔 낮은 굽의 구두를 신은 멋쟁이 언니들도 보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캐주얼한 옷차림에 큰 배낭, 그리고 운동화 차림이다. 미국에 비해서 낮은 비만률을 자랑한다는 이 나라. 그 원인 중 하나는 한 시간 정도 걷는 건 아무것도 아닌 이 분들의 생활 패턴 때문이 아닌가 싶다.

3. 공원 : 진짜 부럽다. 길을 걷다 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파란 잔디밭. 그 곳에서 운동하는 멋진 남자분들! 개 산책 시키는 사람들. 책 읽는 사람들. 어디서건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분위기. 게다가 자르지 않고 그대로 보존해둔 100년 넘은 나무들은 이미 사람 키와는 비교가 안되게 우뚝 서서 그늘을 드리워준다. 다만 슬픈 건 공원같은 공공장소에서 술 마시는 거 금지. 자연은 맨정신에 감상해야...ㅠㅠ


삼무
1. 길거리 음식 : 아주 없는 건 아닌데 다운타운에 몇 군데? 그것도 철저하게 시에 허가를 받고 운영하는 곳들이란다. 가 보면 대부분 매뉴가 햄버거나 프라이. 우리 나라처럼 다양한 길거리 음식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예전에 다니던 영어 학원 선생님 말마따나 위생 상태가 좋지 못한 음식을 파는 것은 옳지 못한거라는데. 그래도 길거리 음식 없인 난 못살 거 같다.

2. 우산 : 요새는 좀 나아졌다지만... 이 나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비가 오는 것에 매우 둔감한 것 같다. '비 오니까 다음에 만나자.'고 하면 굉장히 어리벙벙해 한다. '비 오는데 왜 우리가 못 만나?" 이렇게. 방수자켓에 레인부츠면 준비 끝. 비가 오기 시작하면 우리 나라 사람들은 일제히 우산을 꺼내는데 여기는 왠만큼 비가 와도 대부분 방수자켓에 있는 모자를 꺼내 푹 눌러쓰고는 끝이다. 비 오는 거리를 우산 없이 걷는 거. 우리 나라에서나 처량맞은 일인듯.

3. 공중 화장실 : 처음에 벤쿠버 와서 이것 때문에 엄청 스트레스 받았다. 지하철역이나 큰 건물에 공중 화장실이 없는거다.ㅠㅠ 당연히 얼른 집에 가야 한다는 부담감에 휩싸이곤 했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하철역에 공중 화장실을 만들면 홈리스들의 소굴이 될 거 같아서 안 만든거란다. 그 대신에 맥@@드나 버@킹 같은데 들어가서 얼마든지 "Can you open the washroom?"이라고 물어보면 된다. 화장실 상태는 별로 안 좋지만... 참고로 내가 일하는 팀 @튼에서 내가 하는 일의 30% 정도가 손님들 화장실 가시라고 화장실 문 buzz 하는 거다.


벤쿠버 삼다, 삼무를 쓰다보니 나도 제주로 돌아가고 싶다. 여기도 가끔 바람이 미친 듯 부는데 그럴 때마다 제주가 생각나던데... 오늘은 바람도 안 부는 햇볕 좋은 날씨인데도 제주 생각이 많이 난다.

덧글

  • i_jin 2012/04/02 15:46 # 답글

    아..원래 사시던 곳이 제주셨나봐요? ㅎ.. 제주던 벤쿠버던.. -_- 어디든 가고 싶은...1인입니다 ㅎ
  • greenmovie 2012/04/03 13:23 #

    넵. 제주 처자입니닷!! ㅎㅎ 어디든 참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지요.^^ 언제 돌아갈까 재고 있는 중이랍니다.
  • 응아보이 2012/04/02 20:06 # 답글

    그곳에서 운동하는 멋진 남자분들!
    그곳에서 운동하는 멋진 남자분들!
    그곳에서 운동하는 멋진 남자분들!

    벤쿠버는 저에게 왠지 스킨 스쿠버를 연상시켜요.(쿠버때문이죠)
    참 초딩같죠~....
    아니, 어쩌면 초딩들이 들으면 화낼지도...;;;;
  • greenmovie 2012/04/03 13:24 #

    으악!! 쿠버라고 스킨 스쿠버라닛!! ㅎㅎㅎ 이 개그... ㅎㅎㅎㅎ 어떡해...

    그 곳에서 운동하는 멋진 남자분들! 곧 이 곳에 여름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1인.ㅎㅎㅎㅎ 운동하는 멋진 여자분들은... 글쎄.. 남자분들만큼 많진 않은 거 같아요.
  • 파김치 2012/04/03 19:00 # 답글

    다들 많이 걸어다니는 모양이네요!
    저는 물방울 조금만 떨어져도 바로 우산 펴고 다니니까 우산 얘기는 신기해요ㅎㅎㅎ
  • greenmovie 2012/04/04 03:18 #

    저두요.^^ 우산 펴는 사람들 비유을 살펴보면 아시아인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요. 아무래도 어렸을때의 교육 탓인듯해요.
  • 야미 2012/04/10 20:50 # 답글

    저도 언젠가부터 운동화에 편한 차림으로 걸어다니는 걸 즐기게 됐어요~
    확실히 건강도 좋아지고 무엇보다 군살이 빠지는 느낌!!^-^

    공중화장실이 몇없고 깨끗치 못하다니 밖에서 화장실 잘 못가는 저는 밴쿠버에서 정말 스트레스 받을 거 같아요~신행지 바닷가에서 너무너무 급해서 갔던 어느 화장실에서 충격을 먹고 생각날때마다 비위가 상해 침도 못삼키고 있어요....ㅠ.ㅠ

    그치만 공원 이야기에 또 막 부럽고 그러고...길을 걷다보면 쉽게 나타나는 잔디밭이라니..그린무비님이 계신 밴쿠버란 곳은 매력있는 장소임이 분명해요!!!^-^
  • greenmovie 2012/04/13 03:12 #

    결국 밖에 나가기 전에 자가진단을 꼼꼼히 하는 수 밖에 없는 거 같아요. ㅎㅎㅎ 물론 익숙해지면 상관없어요. 아무 패스트푸드점에나 들어가서 문 열어달라고 뻔뻔하게 말하는 기개(?)가 생기거든요.ㅎㅎㅎ

    공원은... 날씨가 좋아지는 거 같아 오늘 한 번 나가보려고 합니다.ㅎㅎ

    결론은... 야미님!! 결혼 진심으로 축하해요!!! (야미님 블로그에 축하메세지 쓰긴 했지만 한 번 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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